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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디바’ 이 세상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바치는 헌사

  • 2022-12-04 19:41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피해 입은 산업으로 1, 2위를 다투는 분야가 바로 공연계다. 사람이 사람 보지 말란 상태로 1년 넘게 시간을 끌다보니, 아무래도 다들 못 버텼던 게 현실. 나라에서 사회에서 제아무리 보조한다고 이러쿵 저러쿵 해봤자, 불꺼진 스테이지는 현실 속 비극만 늘려왔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치료제와 백신이 보급되면서 사람이 사람 보는 그 ‘당연한’ 인간관계가 다시금 재개되면서 공연계에도 차츰 훈풍이 불게 되었다. 몇 년 간 기획을 거친 미뤘던 대형극부터 소극장 소소한 무대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사람이 사람을 볼 수 있는 게 예전 같아 졌다. 그러면서, 소극장 공연 애호가들도 다시금 공연장으로 대학로로 발을 다시 들이게 되었고.

여러 극들이 본격적으로 모객을 하게 되면서, 공연계 지인들로부터 추천 받은 몇몇 작품들을 틈틈히 찾아가보는 중이다. 그 중에서 11월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컬로 ‘디바’를 손 꼽을 수 있겠다. 중견 배우와 희극인들이 공연 재개 붐에 발맞춰 ‘폼’을 올릴려고 더 열심인 극이니 꼭 봐두면 좋을 것이라는 평을 듣고 간 관람이겠다.

▲ 소극장 뮤지컬은 그 자체로 장르다 싶을 정도로, 나름의 미학과 운치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사람마다 가늠하는 기준이 다르긴 할텐데, 개인적으로 소극장 공연에서 주류는 연극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인기 끈다는 공연들이 여러 요소를 합쳐서 하이브리드 포맷으로 ‘돌격 앞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특히 어느 측면만으로 카테고리를 재단하는 게 무의미할 때도 잦다. 게다가 끼가 넘치는 이들이 딱히 검열이나 제약 눈치 안보고 달리는 곳도 여기다 보니 당일 컨디션으로 개인기나 애드립을 작렬시켜 판도를 좌우하는 경우도 일상적이겠다.

그런데 소극장에서 거행되는 뮤지컬은, 배우가 틈틈히 나름 끼워넣길 한다해도 노래와 춤을 해야 되다 보니 속된 말로 ‘기 빨려서’ 연극 보다는 튀는 맛이 덜하다. 때문에 연극과 달리 소극장 뮤지컬은 일종의 트레이닝 장으로서의 역할이 크다고 느끼는 편이다. 어차피 여기에 발을 들이는 배우치고 개개인의 실력이야 업계 공인일 터이니, 뮤지컬에서 요구되는 스킬 셋을 얼마나 스스로 배우고 익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냐는. 나름 동종업계 관계자의 감성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왜 지인이 코로나 몇 년 전 스테이지에 올랐다는 ‘뮤지컬 디바’를 추천했는지 이해가 금새 갔다. 넓은 공간과 많은 인원이 당연히 아닌 소극장 뮤지컬 답게, 멀티롤 포함 다섯 명에 스탭 둘이 여백 때워주는 그 정도의 규모로 단촐하게 극이 펼쳐진다. 그러나 극의 프레임이 상당히 단단하다. 여기에 인터미션 없이 2시간여 다이렉트로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기계적으로 해야 될 암막 속 움직임이 매끄럽게 진행된 건 덤. 불 꺼지고 켜지는 그 찰라에, 여기 나오는 사람들 다 프로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괜히 공연 애호가들이 꼭 보라고 추천하는 게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극의 전제가 되는 시놉시스가, 여러모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오디션 프로그램 덕분에 어느 정도 인지하거나 공감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연들을 응축시켜 놓은 점이 특색이다. 전국노래자랑에서부터 케이팝스타,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등 공중파와 케이블에서 당대를 풍미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단순히 노래 잘하는 사람만 뽑는 경진대회가 아니었던 걸 다들 기억할 것이다. 참가자 모두가 각기 다른 사연들로 전국민의 웃음과 울음을 이끌어냈던 게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사실, 극이 끝까지 가면서 이 이야기가 누구 이야기구나 연상되지 않는 씬이 하나도 없었다. 그 많은 사연들 덕분에 시작은 쇼미더머니였고, 중간에는 전국노래자랑과 케이팝스타가 지나갔으며, 마지막은 슈퍼스타K였다. 그래서 더 익숙하면서도 애잔했다.

▲ 입소문으로 호평이 이어지는 출연배우들과의 인생샷 찬스도 여전. 잊지못할 추억을 하나 더하고자 한다면, 폐막 이후에도 잠시는 극장에 남아 있을 이유로 충분할 듯.

극이 끝난 뒤에 소문의 팬 서비스 현장은, 관람객이라면 이제는 꼭 거쳐가야 할 필수코스가 아닌가 싶다. 그날, 접신한 듯 열연한 배우들과의 스냅샷은 대형극이나 상업극에서는 누릴 수 없는 팬서비스이기도 하고. 이런 현장에서 명연을 펼친 사람들이 사회적 물의만 안 일으킨다면(...) 대성하리라 기대되기 때문에라도 더 인증샷의 가치가 높다.

극 전체 구성을 볼 때 아쉬운 부분은, 아무래도 클라이막스가 신파(!) 조 적지 않은 가운데 마무리를 영화적으로 처리했다는 점 정도다. 뮤지컬 나름의 문법이 있으니, 스토리가 그렇다면 신파 비중을 조금 줄이거나 중간에 버퍼링해줄 구간이 있어주는 게 맞지 않나 그리 여겨진다. 특히나 희극인들이 제작 주축이라면, ‘꺼꾸리와 장다리’처럼 캐릭터 성격을 지니고 중간에서 슬픔을 뭉개줄 그런 특별출연을 끼워넣는 것이 극의 마무리를 더 자연스럽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는 형님 평으로, “대학로는 장르다”라는 말이 여전히 기억에 생생한 입장에서 새삼 그 느낌이 무언지 오랜만에 되살린 공연이 ‘뮤지컬 디바’였다. 지난 2년여 넘게 인고의 세월을 견딘 공연계 종사자들이 그간 움추렸던 ‘폼’을 끌어올리는 그 현장을 보고자 한다면, 이번 공연기간 대학로에 발길 들이는 걸 강추한다.

[제작 : 아쉬레엔터테인먼트 / 후원 : 수협 강서수산시장, 프리미엄패스, KBS 코미디연극회, (주)HG엔터테인먼트 / 협찬 : 그리다팩토리, S2B코퍼레이션, CH이노베이션, 에스에스플러스, 장어락 / 장소협찬 : CAFE 영장리303 / 협력 : 극단 시그니처, JL컴파니 / 예매 : 인터파크 티켓 / 관람(11.18, pm7:30) 캐스팅 : 박말숙 - 김현숙, 박지유 - 유호인, 엄봉태 - 김윤태, 칠복이 - 김주경, 멀티 - 엄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