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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 어린이에게는 푸르른 꿈을, 어른이에게는 노스텔지아를

  • 2023-07-07 09:15
  • ACROFAN=류재용
  • jaeyong.ryu@acrofan.com
우리나라에서 문화계 수혜가 가장 집중된 곳은 아무래도 서울이다. 가끔 부산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해외 라이센스나 현지 출연진이 등장하는 뮤지컬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열린다. 창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대구에서 DIMF로 국내 뮤지컬계의 산업화 역량을 영끌 중이어서, 매년 축제를 기준으로 새로운 창작 뮤지컬과 신예 아티스트들이 등단하는 통로가 되어주는 형편이다. 공연계에 큰 상처를 남긴 코로나 펜데믹를 떠나 보더라도, 이러한 구도는 상당히 고착화된 형편. 때문에 범정부 차원에서의 새로운 시도가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이하 문화공감)’이라는 정책으로 이뤄지고 있다.

현재 문화공감은 전국 문예회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이중 첫 테이프를 부산에서 끊었다. 부산에서 선택한 테마는 ‘야구’, 그것도 전연령 대상 공연 제작과 보급이 가능한 ‘리틀야구’로. 이리 된 배경은 주최 주체들을 보면 대략 짐작이 가게 된다. 부산광역시, (재)부산문화회관, 라이브㈜,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산일보사, 최동원 기념사업회 등이 주최측인데, 마지막에 야구팬들이라면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KBO 원년부터 본 올드 야구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전설, 최동원 선수의 이름이다.

‘구도’를 자부하는 부산 답게, 또 부산의 전설을 기리는 차원에서 그의 마지막 발자취가 남은 리틀야구가 테마가 된 건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여기서 살짝 나이를 더해 중고교 학원야구로 가게 될 경우, 기존에 나온 작품들의 성향이 연애물이나 애증물이 많다보니 그 쪽 인식이 강해 야구가 뒤로 묻힐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정민 작가는 “성장서사를 다루는 스포츠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그러한 성장물들의 레퍼런스를 많이 가져와서 한 팀이 하나하나 쌓아가는 성장서사를 만들었다”며 성장서사를 다같이 즐겼으면 하는 방향으로 집필방향을 정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이대웅 연출가는 “성장이 어떻게 되는지의 프리즘이 어린이들에게 접목되고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더 전이되는 것이 있다”며, “야구를 좋아하는 어른이 아이와 함께 왔을 때 역으로 더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렇듯, 오롯이 야구 하나에 집중한, 야구 팬들에게 여러모로 생각 또는 추억을 자극할 작품이 탄생되었다.

▲ 성인 배우들과 제작진의 인솔에 따라, 재능 넘치는 아역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합을 맞춘다. 여러모로, 향후 뮤지컬 분야에서의 신예 등용문으로 정착됨이 기대된다.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이하 마린스!)’의 극 구조는 ‘전연령’이라는 대전제가 존재한다. 관람연령에 관해 ‘생후 48개월 이상’이라는 가이드가 있긴 하나, 이건 공연 중에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거 자제되는 나이 되면 오시라는 정도의 의미. 때문에, 공격적으로 보이는 건 아무래도 악역 비슷한 저치가 되는 상대팀에 다소 있지만, 본질적으로 악인이 없다. 이 때문에, 꽤나 자극적인 걸 지향하는 뮤지컬 팬덤에서 보기에는 참 순한 맛이라, 이 때문에 뮤지컬 팬덤을 공략하는 건 꽤 난해해 보인다. 대신 이를 대신할 관객층이라면 공연 테마가 테마인지라 ‘야구 팬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야구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미성년자 전체.

뮤지컬 팬 입장에서는 아역 배우들 옹기종기 노니는 걸로 보일 극 도입부가 야구 팬 입장에서는 시작부터 충격의 도가니다. 청주 사람이라 미는 팀이 ‘한화 이글스’다 보니, 그 전율스런 ‘행복야구’ 주요 패턴들이 휘몰아친다. 그 와중에, 약체일 때 배우들이 하는 행태가 또 시즌과 비시즌 거기 사건사고를 떠오르게 만드는 게 진하다. 물론, 어느 KBO 팀에나 있는 ‘암흑기’라는 것이 바닥 찍으러 갈 때와 찍을 때 전후, 찍고 나서 반등할 때의 서사가 사람만 다르지 무슨 대본소 무협지 마냥 스토리 비슷한 게 사실이긴 해서 타 팀 팬이라 하더라도 울컥하는 게 없지 않을 듯 싶다. 그래도 뭐랄까, 이글스 팬 입장에서 보면 노후예우와 장례까지 다 했는데 영구결번이랑 스토리라인까지 부산으로 다 빨려간 느낌이 든다. 만약 대전에서 극 올리면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듯 싶다.

야구팬이라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마린스!를 보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긴 할텐데, 어린이들은 그렇게 추억이 있지는 않을테니 어른이들보다 객관적으로 뮤지컬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참 경탄을 자아내는 부분은, 가사와 안무로 표출되는 야구 룰 ‘속성학습’ 이겠다. 안무와 음악 감독도 야구에 조예가 깊은 듯한, 그런 밀집도가 있다. 야구 룰 모르고 들어와도 연기와 노래 속에 깔려 있는 야구 규칙에 대한 환기가 극도 극이지만 리틀야구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경향이 있다. 또 아역배우들이 맡은 역이 우리나라 유명 프로야구 선수들의 캐릭터를 차용하는 게 있다. 극 중 배역의 이름도 유명선수 이름을 살짝 손보거나 더한 형태여서 눈썰미 있다면 그 선수들의 어렸을 적 이야기구나 감이 올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야구에 입문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기도 해, 자녀가 마린스! 보고서 야구한다고 덤빌까 그 걱정이 생길 여지도 있겠다 싶다.

야구 팬과 야구 팬이 될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진 뮤지컬인 만큼, 공연장 활용은 상당히 범용적이다. 이는 ‘문예회관’이라는 제작주체가 존재한다는 형편에 따른 것이어서, 뮤지컬 전용극장 구조체로 제작되지 않은 게 소극장 규모로 다운사이징할 여지도 열어둔다. 중요한 건 무대 중앙의 다이아몬드이고, 그 외에는 가변적으로 운용되는 게 그리 헤비하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맨파워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 덕분에 재능 넘치는 아역배우들이 중심이 된 극을 볼 수 있다. 또래 어린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페스티벌처럼 즐기기에 적합한 부분. 이 때문인지, 응원단이 중간중간 직접 관객 참여와 호응을 유도하는 장치들이 직접적으로 작용된다. 현재 초연에 학교 중심의 단체관람 유입이 많은 게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미성년 학생들이 한데 모여 함께 야구 응원 맛보기 하는 장으로 본다면 KBO 차원에서 밀어줘야 하는 게 도리에 맞지 않냐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 시작이라지만, 뮤지컬과 더불어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써 이러한 작품이 실현된 데에 기쁜 마음이다.

▲ 자녀에게는 야구에 대한 꿈을 심어주는, 또 부모에게는 야구에 얽힌 추억을 소환해주는 그러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야구가 자리잡은 전국과 해외로의 진출이 기대된다.

한편,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는 가상의 부산 유소년 야구단 ‘마린스 리틀야구단’을 배경으로 전국 최강을 꿈꾸는 ‘마린스 리틀야구단’의 꿈과 열정, 갈등과 화해, 성장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7월 5일부터 16일까지 수/목/금/토/일(월요일과 화요일은 쉼) 일정으로 80여 분 간 인터미션 없이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가격은 VIP석 7만원, R석 5만원, S석 3만원 등이며, 관람 등 문의는 (재)부산문화회관 051-607-6000(ARS 1번)에서 가능하다.